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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시중 가게 맛 떡볶이 만드는 방법

요즘 TV 프로그램은 어떤 두 가지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과 음식(요리/먹방) 프로그램이다. 음식 관련 방송이 우리 안방...아니 주방에서 이렇게 대단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여러분들을 널리 이롭게 할 새로운 강의의 소재로 오천만 겨레의 간식, 코찔찔이부터 배나온 중년남성까지 두루두루 좋아하며, 자취생의 소울 푸드이기도 한 이 떡볶이를 맛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릴까 한다.

 

주지하다시피 전국 구백만(추정치) 떡볶이 가게에서 먹는 떡볶이와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떡볶이의 맛은 심각하게 차이가 난다. 날 수밖에 없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분들은 그것을 업으로 삼는 분들이라 '어떻게 하면 손님 지갑의 돈을 꺼내게 만들까'에 심취하여 그 결과로 전국 각지의 분식마니아들로부터 인정받은 맛을 구현해내고 있으시다. 다시 말해, 2,500원 혹은 3,000원이 아깝지 않는 맛을 절대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돈내고 먹던 보장된 맛을 집에서 구현하는 것이 이번 강의의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 여기 일타 강사를 모셨다. 바로 A씨다.

 

여기 배나온 중년 남성 A씨가 있다. 길거리 분식을 좋아하는 A씨는 평소 길을 지나가다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나 트럭을 보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떡볶이든 순대든 어묵이든 반드시 사먹고야 만다. 그렇게 수십 년간 분식을 일삼다 가정 경제에 위협적인 분식회계에 질린 나머지, 결국 떡볶이를 직접 만들어 먹을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포장마차 아주머니를 대충 눈대중으로 훑어본 바에 따라, 마트에서 쌀떡과 고춧가루, 설탕 등을 구입해 집에서 한번 만들어보기로 했다. 만드는 것이 별로 어렵지는 않아 보였기에 그냥 대충 휘휘 조리하면 고품질의 떡볶이를 뚝딱하고 만들어낼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게 웬 걸, 처음으로 직접 만들어 본 떡볶이는 결론적으로 대실패가 됐다. 좋게 말하면 '만든 사람은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만든 사람이 반드시 결자해지해야 하는 음식'이었다. 요리 하나로 전에 없던 커다란 굴욕감을 맛본 A씨는 분루를 머금으며 본격적인 떡볶이 연구에 돌입하게 된다.

 

먼저 떡이다. 시중 가게에서는 대부분 떡볶이 떡으로 쌀떡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밀가루 파이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밀을 사랑하는 A씨는 주재료로 밀떡을 점찍었다. 사실 거기에는 분명 어린 시절 '국민학교' 앞 분식집에서 먹던 1인분에 200원 짜리 떡볶이가 밀떡을 사용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떡은 우선 밀떡!

 

그리고 소스를 살펴보자. 떡볶이의 국물은 계륵과 마찬가지다. 떡볶이를 먹을 때 아직 떡과 어묵이 남아있거나 튀김을 같이 처묵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국물은 그야말로 트러플 오일에 버금가는 귀중한 재료다. 하지만 음식을 다 쓸어 먹어버리고 난 뒤에는? 이거 뭐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무턱대고 마실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버리자니 아깝고, 쉽게 어쩌지 못하는 것이 바로 떡볶이 국물이다. 하지만 가게 맛 재현을 위해 국물을 뭘로 만들었는지 확인하자면 일단 한번 음료수처럼 마셔볼 각오 정도는 되어있어야 한다. 그렇게 A씨는 떡볶이 국물을 원샷한다.

 

"으아니 챠~" 이것은......고추장이다. 고추장 베이스다. 비록 떡에 고춧가루가 덕지덕지 붙어 있어 이거 혹시 매운 맛을 고춧가루로만 낸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을 만했지만, A씨는 이럴 때만 쓸데없이 날카로와 그 근원이 고추장이란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냥 고추장도 아닌 맛좋은 고추장!

 

그리고 다음엔 어묵이다. 사실 이것은 A씨로서도 분식집에 대항할 수 있는 재간이 없었다. 분식집 어묵으로 말하자면 무와 기타 해산물로 육수를 내고, 거기에다 어묵을 몇 시간 가량 삶고 불려 떡볶이에 같이 내어주는 것 아닌가 말이다. 어떻게 가정집에서 어묵을 가게와 똑같이 만들어 먹지? 평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별하던 A씨는, 결국 가게 어묵과 동일한 맛은 포기했다.

 

자, 이제 마지막은 약방에 감초, 국밥에 머릿고기, 치킨에 치킨무와 같이 떡볶이에 빠질 수 없는 양배추 되시겠다. 사실 이에 대한 A씨의 생각은 단순명쾌했다. 평소 인스턴트 라면을 끓일 때도 건더기 스프를 일체 넣지 않는 버릇으로 보자면, A씨에게 양배추는 떡볶이의 원가를 상승시키고, 요리에 쓰고 남은 것은 냉장고 칸만 잡아먹고, 이후 썩어서 음식물 쓰레기만 될 뿐인 재료였다. 그래서 과감하게  스킵!

 

대충 몇 가지를 짚어봤는데, 그럼 이제 A씨의 떡볶이 요리를 만날 시간이다. 상기 이야기들을 종합해봤을 때 가게 맛 나는 떡볶이를 만드는 것이 좀 힘들 것 같지 않은가? 정말 그런지 여기 A씨의 요리 과정을 살펴보면서 알아보도록 하자.

 

우선 팬에 물을 받는다. 어차피 끓일 거라 수돗물도 괜찮고 그냥 찬물도 괜찮으나, 성질 급한 A씨는 여기서 전국민 누구나 집에 한 대씩은 있다는 직수 정수기를 십분 활용, 약 70℃의 뜨거운 물 500ml를 준비한다.

 

그리고 어묵을 팬에 먼저 넣는다. 왜 어묵이 선빵을 맞는지 모르겠다면 떡볶이 가게에서 수 시간 동안 열탕에서 몸을 담그고 있은 후에야 비로소 떡볶이 소스와 만나던 어묵꼬지들을 떠올려보라. 가게 맛을 그나마 좀 내려면 어묵은 다른 재료보다 반드시 더 오래 익혀야 한다.

 

그리고 등장한 밀떡. 밀떡은 사랑입니다......그대로 팬에 투하한다.

 

그리고 쉴 틈 없이 숨가쁘게 고추장을 쫘악 뿌려버리자. 고춧가루 대신 고추장을 쓰는 이유는, 이것이 'Show me the money' 같은 일종의 치트키이기 때문이다. 고춧가루로 떡볶이 소스를 만들면 맛을 내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맛이 국민연금처럼 잘 보장된 고추장을 쓰는 것이다.

 

고추장이 현아처럼 아주 새빨갛게 잘 나와서 흐름상 크게 필요없지만 한 컷 넣어보았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낭비다.

 

다음으로는 백주부의 애재료, 백주부가 사랑한 단 하나의 재료, 백주부의 소울메이트, 바로 설탕 되겠다. 설탕은 떡볶이 1인분 기준 꽉 찬 1고봉스푼 정도 넣으면 된다. A씨는 애처럼 Danger를 좋아해서 이 정도 넣었으나, 이걸 따라했다가 떡볶이에서 웬 크리스피크림 글레이즈드 도넛 맛이 난다고 뭐라 하진 말자. 다들 스스로 알아서 할 나이는 되지 않았는가. 적당히 봐가면서 조절하면 된다.

 

이제 간장을 넣는다. 이쯤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양조간장을 써야 할까, 진간장을 써야 할까, 국간장을 써야 할까, 맛간장을 써야 할까, 아니면 막 쓰까뿌까. 정답은 집에 있는 아무 간장이나 그냥 쓰면 된다. 어차피 반 스푼 밖에 안 들어간다.

 

이제 소스를 더욱 달고 농염...아니 농도 짙게 해줄 물엿을 투입하자. 물엿이 없으면 올리고당도 좋다. 양은 어느 정도냐면, 까짓거 그냥 적당히 알아서 대충대충 24.51cc만 넣으면 된다.

 

지금 들어가는 것은 뭘까? 바로 바로 빨간 맛, 궁금해 허니, 깨물면 점점 녹아드는 스트로칠리 그 맛, 바로 고춧가루다. 이것도 눈대중으로 적당량만 넣으면 된다. 비싼 재료이니 가계에 부담될 정도로 너무 많이 넣거나 하진 말자. 민생경제가 현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국물이 될 재료는 이미 다 넣었다. 그럼 이제 불을 피우도록 한다. 파이어스틱이 없어서 전기레인지를 사용한 점 널리 양해를 구한다.

 

아, 그리고 깜빡했는데 여기서 중요한 거 한 가지. 빨리 토마토 주스를 준비한다.

 

왜냐면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

 

한참 가열하면 이제 떡볶이가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달고 맛있고 씹다 이빨 나가지 않는 떡볶이를 만들기 위해 좀 더 인고의 시간을 가지자.

 

잠깐, 여기서 A씨는 최대 온도를 지속하여 끓이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왜냐면 높은 온도로 장시간 가열하게 되면 우리 여리여리하고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연약한 밀떡이 줘터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이다. 줘터져서 너무 아프겠다. 흐규흐규......

 

이런 가슴아픈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영상과 같이 매 저어줘야 한다. 그래야 안 줘터진다.

 

한참을 끓였으면 국물의 농도를 체키라웃 한다. 국물이 뚝뚝 떨어지면 안 되고, 사진처럼 일직선으로 쪼르르 떨어져야 한다. 뚝뚝 떨어진다면 떡볶이를 먹을 시간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는 것이다. 또르르......

 

이제 이 정도로 국물이 졸아들었으면 거의 다 된 것이다. 불을 끄면 된다. 여기서 A씨는 전기레인지의 잔열로 조금이라도 더 졸이고자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무서븐 사람......

 

이제 플레이팅 차례다. 아니 왜? 떡볶이에 플레이팅 운운하는 게 웃긴가? 사실 나도 웃기다. 하하

 

떡볶이가 완성됐다. 누가봐도 딱 1인분이군......흠......;;

 

시종일관 장난처럼 얘기해서 믿는 분이 있을까 싶다만, 진짜 가게 떡볶이 맛에 다름 아니다. "죠스 저리가! 국대 저리가! 조폭 저리가!"

 

이상 가게 맛 나는 떡볶이를 만들어보았다. 집에 혼자 사는 자취생들은 필히 숙지하여 가끔씩이라도 나를 위한 작은 사치, 거리의 별미, 가게 맛 떡볶이를 요리해먹어 보자.